JOURNAL

TELLUS 9.5 & ANTEROOM SEOUL

A VIEW ABOVE THE CITY

GAROSU

/

2026

SPACE OBSERVATION · HOTEL / CAFE / BAR

HOTEL ANTEROOM SEOUL

호텔 안테룸 서울 × 텔러스 9.5

아래에는 예술을,

위에는 서울을 둔 호텔

CONTENTS

목차

01 도시로 나가기 전, 마음이 먼저 머무는 방

02 창이 넓어진 만큼 시선도 멀어진다

03 날씨까지 공간 안으로 들이는 경계

04 낮과 밤이 같은 공간을 다르게 읽는다

05 체크인 아래에 목적 없는 시간을 두었다

06 여행의 여러 목적이 한 자리에서 만난다

07 호텔의 좋은 장면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호텔 안으로 들어왔는데,

자꾸 바깥을 보게 되었다.

지하로 내려가면 흰 리셉션과 작은 갤러리가 기다리고, 19층에 오르면 남산과 한강이 한 화면 안에 들어온다. 아래에서는 작품 사이의 여백을 보고, 위에서는 도시 사이의 여백을 본다.

안테룸 서울은 서울을 지운 뒤 휴식을 만드는 호텔이 아니었다. 거리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익숙한 도시를 다른 높이에서 다시 보게 한다. 머무는 동안 서울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방법을 한 건물 안에 차분히 쌓아두었다.

아래에서는 마음이 느려지고,

위에서는 시선이 멀어진다.


01

도시로 나가기 전,

마음이 먼저 머무는 방

‘ANTEROOM’은 본래 다음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머무는 방을 뜻한다. 호텔은 이 단어를 단순한 이름으로 쓰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이고, 준비하고, 머물며 도시와 관계를 맺는 장소라는 운영 개념으로 확장한다.

2020년 완공된 건물은 지상 19층·지하 4층 규모다. 기획·디자인·운영은 UDS의 COMPATH와 su+가 맡았고, 조각가 나와 고헤이가 이끄는 SANDWICH가 아트 디렉션을 담당했다. 건축, 운영, 예술이 각각 따로 발주된 장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한 브랜드의 언어로 묶인 구조다.

거리에서는 검은 유리 파사드가 주변의 색과 움직임을 조용히 반사한다. 사인을 크게 외치기보다 입구를 좁고 깊게 만들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수채화 같은 벽면이 갑자기 나타난다. 외부의 절제와 내부의 활기가 한 번 꺾이며, 투숙객은 거리에서 호텔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ARCHITECTURE NOTE

호텔을 수직으로 읽는 방법

B2 갤러리–B1 리셉션–중층 객실–19F 텔러스 9.5가 하나의 단면 안에 쌓여 있다. 아래에서는 예술을 만나고, 가운데에서 쉬고, 위에서는 도시를 본다. 엘리베이터는 층을 이동시키는 설비이면서 호텔의 이야기를 편집하는 장치가 된다.


02

창이 넓어진 만큼,

시선도 멀어진다

어두운 천장과 바닥이 프레임이 되고,

남산과 한강이 실내의 가장 밝은 면이 된다.

19층에 도착하자 말보다 먼저 걸음이 멈췄다. 남산과 N서울타워, 한강, 멀리 이어지는 산의 능선이 한 화면 안에 들어왔다. 실내의 천장과 바닥은 어둡고 전면은 거의 모두 투명하다. 공간이 스스로 한발 물러나 도시를 가장 밝은 재료로 만든다.

건축에서는 바깥의 풍경을 실내 구성의 일부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차경(借景)’이라 부른다. 이곳의 창은 전망을 보여주는 구멍이 아니라, 서울을 벽화처럼 빌려오는 장치에 가깝다. 수직 프레임은 도시를 잘게 자르지 않고 파노라마의 리듬만 만든다. 창가의 얇은 테이블과 낮은 등받이도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다.

한 잔의 음료와 사람의 실루엣이

풍경의 스케일을 알려준다

환경심리학자 제이 애플턴은 멀리 볼 수 있는 ‘전망(prospect)’과 몸을 보호하는 ‘은신(refuge)’이 함께 있을 때 사람이 편안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텔러스 9.5도 같은 구조를 가진다. 머리 위의 짙은 프레임과 깊은 실내는 몸을 감싸고, 전면의 유리는 시선을 멀리 보낸다.

사람은 높은 곳을 좋아해서만

창가에 앉는 것이 아니다.

보호받은 자리에서

멀리 볼 수 있기 때문에 오래 머문다.

SI NOTE

뷰를 향해 놓인 가구는 광고 문구보다 솔직하다

대부분의 좌석이 창을 정면 또는 비스듬히 향한다. 이 배치만으로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설명된다. 좋은 SI는 브랜드 문장을 벽에 적기 전에 사람의 몸이 향할 방향부터 정한다.


03

날씨까지 공간 안으로 들이는 경계

전망석 위를 올려다보면 일반적인 고정 천장과 다른 리듬이 보인다. 평행한 레일 사이로 패브릭 면이 접혀 있고, 전면 유리는 여러 장으로 나뉘어 하드웨어와 함께 설치되어 있다.

현장 사진과 개방 당시의 방문 기록을 함께 보면, 콘크리트 지붕 전체가 열리는 구조라기보다 테라스 상부의 전동식 접이 어닝과 전면 개폐형 글라스 월을 조합한 ‘가변 외피’에 가깝다. 맑은 날에는 바깥이 안으로 들어오고, 비와 강한 햇빛 앞에서는 다시 경계가 생긴다. 공간이 계절을 막는 대신 조절해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바와 실내 좌석, 가변형 테라스가 한 축으로 이어져

날씨에 따라 공간의 경계가 달라진다.

이 장치의 가치는 ‘열린다’는 장면보다 영업 가능한 계절을 늘리는 데 있다. 맑은 날에는 실내가 루프탑이 되고, 강한 햇빛이나 비가 오면 다시 차양과 유리가 경계를 만든다. 같은 면적이 실내와 테라스 사이를 오가며 좌석의 상품성을 바꾼다.

TECHNICAL CHECK

루프탑의 질문은 ‘열리는가’보다

‘얼마나 빨리, 안전하게 닫히는가’

고층부는 돌풍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풍속·우천 센서, 전동부 인터록, 배수, 패브릭 장력, 글라스 하드웨어와 실링, 유지관리 동선을 함께 봐야 한다. 개방감은 한 번의 연출이지만 운영 안정성은 매일의 수익이다.


04

낮과 밤이 같은 공간을 다르게 읽는다

따뜻한 목재 바와 노출 천장. 서비스의 중심은 분명하고,

나머지 공간은 시간에 따라 표정을 바꾼다.

호텔은 텔러스 9.5를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의 거실이자 정원’으로 설명한다. 낮에는 아트북과 커피, 저녁에는 칵테일과 위스키가 같은 공간을 사용한다. 진열된 잔과 병, 따뜻한 목재 바는 밤의 준비를 낮에도 숨기지 않는다.

이곳의 SI는 마감재를 바꾸지 않고 시간으로 바뀐다. 낮에는 창밖의 푸른빛이 공간의 주조색이 되고, 밤에는 선반의 간접조명과 병의 호박색이 전면으로 나온다. 같은 좌석이 낮에는 사색의 자리, 밤에는 대화의 자리가 된다.

한낮의 바와 창가의 음료. 운영 프로그램이 달라져도

공간의 중심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좋은 복합공간은 여러 기능을

한꺼번에 보여주지 않는다.

같은 공간이 시간에 맞춰

다른 역할을 하게 한다.

MARKETING NOTE

전망은 사진을 만들고, 사진은 다음 방문을 만든다

19층의 풍경은 고객이 스스로 촬영하고 공유하기 쉬운 장면이다. 호텔이 광고 이미지를 계속 생산하지 않아도 방문자가 콘텐츠를 만든다. 전망석의 방향, 테이블 높이, 어두운 실내 프레임은 모두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의 품질을 높이는 보이지 않는 마케팅 장치다.


05

체크인 아래에

목적 없는 시간을 두었다

B1 리셉션은 체크인 데스크와 작품,

로컬 상품이 같은 흰 공간을 공유한다.

보통 호텔의 리셉션은 1층에서 손님을 붙잡는다. 안테룸 서울은 B1으로 내려간다. 거리의 소음에서 한 층 떨어진 흰 공간에는 체크인 데스크, 작품, 로컬 상품과 여행가방이 한 장면에 놓인다.

지하 로비는 거리에서 바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불리할 수 있다. 안테룸은 그 약점을 ‘발견하는 경험’으로 바꿨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작품을 보고, 전시를 보러 온 사람은 자연스럽게 호텔을 알게 된다. 예술을 보기 좋은 장식으로 두지 않고, 이 건물에 들어올 또 하나의 이유로 만든 것이다.

현재 B2 Gallery 9.5에서 열린 NARI의 개인전 《Inyeon》.

작은 작품 사이의 여백이 관람 속도를 늦춘다.

방문 당시 B2 Gallery 9.5에서는 NARI(LITTLE FUNNY FACE)의 개인전 《Inyeon》이 열리고 있었다. 현재 전시 안내와 엘리베이터 사인은 갤러리를 B2로 표시한다. 작품은 벽면을 가득 채우지 않고 서로 다른 높이에 띄워 놓였다. 체크인이라는 실용의 시간 아래에, 목적 없이 천천히 보는 시간이 한 층 더 놓여 있다.

호텔 전체에는 나와 고헤이의 SANDWICH가 이끈 아트 디렉션과 하라 마리히코의 사운드스케이프가 이어진다. 눈에 보이는 작품만이 아니라 귀에 남는 분위기까지 호텔의 정체성으로 다룬다는 뜻이다.

OPERATION NOTE

갤러리 호텔의 가장 현실적인 디테일은 수하물

사진처럼 리셉션 주변에 캐리어가 누적되면 작품과 첫인상이 동시에 흐려질 수 있다. 수하물 보관은 백오브하우스의 문제가 아니라 전시 동선과 브랜드 경험의 일부다. 작품을 가리지 않는 임시 대기선과 숨겨진 보관 용량까지 SI 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


06

여행의 여러 목적이 한 자리에서 만난다

호텔은 신사역 8번 출구에서 도산대로 방향으로 도보 약 5분 거리에 있다. 현장에서는 길 건너 ID병원, 인근 올리브영이 보이고, 조금만 움직이면 가로수길과 도산의 플래그십 스토어, 카페와 레스토랑이 이어진다.

이 입지의 힘은 한 가지 상권에 기대지 않는 데 있다. 의료 일정이 있는 사람에게는 병원 가까운 숙소이고, 쇼핑 목적의 여행자에게는 신사와 도산을 잇는 기점이며, 공간과 문화를 찾는 사람에게는 호텔 자체가 갤러리와 루프탑이 된다.

서울시 공식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서울을 찾은 외국인 의료관광객은 99만 9,642명, 그중 강남구 이용자는 37만 7,073명이었다. 서울 내 외국인 의료기관의 34.5%도 강남구에 집중되어 있다. 맞은편 병원과 주변 뷰티 리테일은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숙박 수요를 만드는 실제 산업 생태계다.

좋은 호텔 입지는

공항과 가장 가까운 곳이 아니다.

여행의 여러 목적을

다시 계획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곳이다.

COMMERCIAL NOTE

한 건물은 숙박하고, 주변 상권은 체류하게 한다

의료·뷰티·패션·F&B·전시가 도보권에서 연결되면 고객은 객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호텔은 주변 상권을 경쟁자로 보지 않고 객실 밖 프로그램으로 편집할 수 있다. 이때 지역 지도는 안내물이 아니라 체류시간과 재방문을 설계하는 상품이 된다.


07

호텔의 좋은 장면은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호텔 수익을 객실 수와 점유율만으로 보면 안테룸의 일부만 보게 된다. 이 건물은 객실 중간에 잠을 두고, 아래에는 갤러리와 체크인, 위에는 카페와 바를 둔다. 투숙객이 아닌 사람도 전시와 전망을 이유로 건물에 들어오고, 그 방문이 호텔을 미리 경험하는 마케팅이 된다.

공용부는 객실을 만들고 남은 면적이 아니다. 서로 다른 방에 머무는 사람들이 한곳에서 같은 도시를 경험하게 만드는 공유의 장치다. 텔러스 9.5는 호텔의 가장 좋은 전망을 일부에게만 가두지 않고, 투숙객과 지역 방문객이 함께 기억하는 장면으로 바꾼다.

행동경제학의 ‘절정-마무리 법칙(peak-end rule)’은 경험 전체의 평균보다 가장 강한 순간과 끝부분이 기억에 큰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호텔에서 19층의 노을은 절정이 되고, 마지막 커피나 칵테일은 체크아웃 이후에도 남는 마무리가 될 수 있다.

KAIROS SPACE PROPOSAL · ONE IDEA

THE GOLDEN HALF HOUR

해 질 무렵 30분을 예약하다

창가 앞 두 테이블만 일몰 전후 30분 동안 투숙객 또는 전용 패키지 고객이 예약하도록 제안한다. 웰컴 드링크 한 잔과 함께 그 시간을 보장하고, 이후에는 다시 일반 좌석으로 돌린다. 공사 없이도 19층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호텔의 대표 경험으로 만들 수 있다.

좋은 자리를 오래 점유하게 하는 제안이 아니다.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을 짧은 시간을 호텔 경험 안에 정식으로 넣는 일이다. 면적은 그대로지만 시간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전망은 배경에서 상품으로 바뀐다.


EPILOGUE

하루의 끝에, 서울이 남았다

도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실루엣.

서로 다른 하루가 같은 풍경 앞에서 잠시 나란해진다.

지하에서 시작한 시선은 19층에 이르러 멀어졌다. 아래에서는 작품 사이의 여백을 보았고, 위에서는 빌딩 사이로 흐르는 한강과 산의 능선을 보았다. 안테룸 서울은 도시를 지워 편안하게 만드는 대신, 소음에서 한 걸음 물러난 뒤 서울을 다시 천천히 보게 한다.

아래에는 예술을,

위에는 서울을.

좋은 호텔은 도시로부터 숨는 장소만은 아니다. 지친 시선을 다시 도시로 돌려보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서울은 창밖의 배경이 아니라, 하루의 마지막 장면이 되었다.


KAIROS DESIGN —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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