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SEONHYEWON

When the Window Steps Back, the Landscape Enters

SEOUL

/

2026

JOURNAL · SPACE INTERPRETATION

SEONHYEWON

When the Window Steps Back, the Landscape Enters


전시를 다 보고 동여루에 앉아

물 한 잔을 마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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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열어두니 맞은편 경흥각이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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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보니 참 이상한 창입니다

우리가 익숙한 창은 유리를 사이에 두고

바깥을 바라보지만,

한옥의 창은 위로 걷어 올리는 순간

제 모습부터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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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사라진 자리에

마당이 들어오고, 처마가 들어오고,

빛과 바람이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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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

정작 가장 먼저 자리를 비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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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앞에 한참 앉아 있으니

오늘 본 작품들이 조금씩 겹쳐졌습니다

경흥각에는 모나 하툼의

거대한 Web이 걸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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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유리구슬을 가느다란 선이 붙들고 있고,

얇은 비닐은 수없이 잘리고 겹쳐지고,

버려질 작은 빵끈은 하나씩 이어져

어느새 커다란 형상을 만듭니다

하나만 떼어놓으면

너무 작고 가벼워 금세 사라질 것 같은 것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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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어지고, 겹쳐지고,

서로의 무게를 받아내는 순간

전혀 다른 존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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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것들은 연결되었을 때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문득 작품 너머의 한옥을 다시 보게 됩니다.

한옥도 어쩌면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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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 하나로 집을 만들 수 없고

서까래 하나로 지붕을 만들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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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과 보, 서까래와 창호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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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들어진 집이 모든 것을

채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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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비워두고,

창을 열어두고,

처마 아래에는 그림자가 머물 자리를 남깁니다

​

한옥의 아름다움은 무엇을 더했는가보다

얼마나 잘 비워두었는가에서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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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창을 열었을 때

경흥각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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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창이 물러나주었기 때문에

그 너머가 아름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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