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 SPACE INTERPRETATION
SEONHYEWON
When the Window Steps Back, the Landscape Enters
전시를 다 보고 동여루에 앉아
물 한 잔을 마셨습니다
창을 열어두니 맞은편 경흥각이 들어옵니다
가만히 보니 참 이상한 창입니다
우리가 익숙한 창은 유리를 사이에 두고
바깥을 바라보지만,
한옥의 창은 위로 걷어 올리는 순간
제 모습부터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창이 사라진 자리에
마당이 들어오고, 처마가 들어오고,
빛과 바람이 들어옵니다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
정작 가장 먼저 자리를 비켜줍니다
그 앞에 한참 앉아 있으니
오늘 본 작품들이 조금씩 겹쳐졌습니다
경흥각에는 모나 하툼의
거대한 Web이 걸려 있습니다
수많은 유리구슬을 가느다란 선이 붙들고 있고,
얇은 비닐은 수없이 잘리고 겹쳐지고,
버려질 작은 빵끈은 하나씩 이어져
어느새 커다란 형상을 만듭니다
하나만 떼어놓으면
너무 작고 가벼워 금세 사라질 것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어지고, 겹쳐지고,
서로의 무게를 받아내는 순간
전혀 다른 존재가 됩니다
약한 것들은 연결되었을 때
생각보다 오래 남습니다
문득 작품 너머의 한옥을 다시 보게 됩니다.
한옥도 어쩌면 비슷합니다
기둥 하나로 집을 만들 수 없고
서까래 하나로 지붕을 만들 수도 없습니다
기둥과 보, 서까래와 창호가
서로 다른 자리에서 힘을 나눕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집이 모든 것을
채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마당을 비워두고,
창을 열어두고,
처마 아래에는 그림자가 머물 자리를 남깁니다
한옥의 아름다움은 무엇을 더했는가보다
얼마나 잘 비워두었는가에서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창을 열었을 때
경흥각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창이 물러나주었기 때문에
그 너머가 아름다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