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PLADE CAFE & D MUSEUM

HOW TASTE BECOMES SPACE

TEMPORARY 15

/

2026

공간 관찰·해석 | KAIROS DESIGN

디뮤지엄 《취향가옥 2》 & 성수 플래드카페

취향은 어떻게 공간이 되는가

전시는 디뮤지엄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되었다.

서울숲을 걷고,

카페 5층에서 익숙한 숲을 낯선 높이로 내려다보았다.

새로운 풍경은

새로운 장소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지면

익숙했던 세계도 처음 보는 장면이 된다.

카페에 놓인 디자인 철학서와 오브제,

옥승철 작가의 두상은

주인이 자신을 설명하기 전에

이미 그의 취향을 말하고 있었다.

취향은 말보다 먼저

공간에 흔적을 남긴다.

아무것도 없다는 의미는

무언가를 받아들임으로써

가득 찰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의미다.

하라켄야, '백'

창가에 꽂혀있는 하라켄야의 '백'

여백은 남은 공간이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생각과 사람을 위해 비워둔 자리다.

무엇을 놓을지 아는 사람은 많지만,

무엇을 놓지 않을지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이 카페의 여백은 우연이 아니었다.

디뮤지엄 M2의 두 집 사이에는

이끼를 바탕으로 한 작은 정원이 놓여 있었다.

다도 소믈리에인 어머니의 집과

20대 영상감독 아들의 집 사이에서

정원은 서로 다른 두 시간을 부드럽게 이어주었다.

이끼는 계절을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늘과 습기,

그 위를 지나간 오랜 시간을

조용히 머금는다.

아들의 집에서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스테인리스 철판 위에 자석으로 붙여놓은 수많은 장면 앞이었다.

여행지와 전시,

함께했던 사람들과 일의 흔적.

그것은 벽을 꾸미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온 과정이 축적된 기억의 지도였다.

수집은 사물을 모으는 일이 아니라

삶이 지나간 자리를 남기는 일이었다.

플로리스트 아내와 셰프 남편의 집에서는

창틀에 걸쳐 놓인 벚꽃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벚꽃은 오래 피어 있지 않기에

평범한 봄을 특별한 시간으로 바꾼다.

그림 속 계절과 창밖의 시간이 맞닿는 자리.

작품을 벽의 중앙에 반듯하게 거는 것보다

그 계절이 머물 자리를 찾아준 배치였다.

그리고 이종호 컬렉터의

레트로 서핑 컬렉션을 만났다.

빛이 바랜 롱보드와

파도의 흔적을 품은 서프보드,

핀과 스케이트 데크가 벽을 채우고 있었다.

소장을 위한 수집이 아닌,

서핑이라는 삶의 방식에 매료된 사람의 발자취입니다.

파도를 찾아 이동하며 삶을 용매로 취향을 녹여온 시간의 결과물들입니다.

서프보드는 여정을 함께하고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삶의 반려(伴侶)입니다.

취향은 선택한 물건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이 남긴 흔적이었다.

좋은 공간도 마찬가지다.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계절을 지나며 깊어진다.

발걸음과 시선이 벽면을 따라 흐르다

긴 여백 너머에 놓인 마지막 문장.

의미를 말 안에 모두 가두지 않고,

그 사이에

마음이 머물 자리를 남겨두는 것.

아름다움은 사물들 자체 안에 존재하는 성질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사물을 관찰하는 정신 안에 존재하며,

각각의 정신은 서로 다른 아름다움을 지각한다.

데이비드 흄, '취미의 기준'

사물도, 공간도, 사람도

그 안에 담긴 시간을 알아봐 주는 시선을 만날 때

비로소 자신의 의미를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본 것은

아름다운 물건들로 꾸며진 집만이 아니었다.

지나온 삶의 시간을 간직하고,

앞으로 올 사람의 시간을 기다리는 집이었다.

공간과 시간이 어우러질 형상을 그리는 것.

KAIROS DESIGN —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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