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HOUSE NOWHERE

CONCRETE FUTURES

SEONGSU

/

2026

공간 관찰·해석 | KAIROS DESIGN

하우스 노웨어 서울

콘크리트가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

CONTENTS

01. 하나의 건물, 서로 다른 세 표정

저층·중층·상층이 왜 다르게 보이는가

02. 브루탈리즘은 거칠어서 강한 게 아니다

재료와 구조를 숨기지 않는 건축

03. 김찬중의 건축, 형태 뒤에 시스템이 있다

모양보다 먼저 작동하는 구조와 질서

04. 세 개의 구조, 하나의 얼굴

철근콘크리트 ·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 · 트러스

05. 유리 앞에 세운 콘크리트의 그림자

중층부 프레임이 만드는 깊이와 시간

06. 낯선 형태 뒤에는 6년의 시간이 있었다

브루탈리즘을 미래의 언어로 다시 번역하다

07. 천장을 올려다보면, 공간의 진짜 시스템이 보인다

노출 천장 · 조명 · 설비가 만드는 공간의 질서

08. 다음 전시를 기다리는 건축

오브제와 음악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공간


처음 본 순간, ‘멋있다’보다 ‘낯설다’가 먼저 왔다.

아래는 둥글고 무겁다. 가운데는 유리와 콘크리트가 촘촘하게 겹치고, 맨 위에는 커다란 상자가 얹혀 있다. 서로 다른 건물이 우연히 포개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건물 앞에 조금 더 서 있었다. 안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찍는 오브제보다 외관과 천장, 바닥, 설비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전시는 바뀌고 상품은 교체된다. 구조와 재료는 그보다 오래 남는다.

이 건물에서 가장 오래 남을 것은 지금의 전시가 아니라, 다음 전시를 받아들이는 구조일지도 모른다.


01

하나의 건물,

서로 다른 세 표정

처음에는 조형적인 과장처럼 보였다. 그런데 조금 떨어져 바라보면 그 낯섦에도 질서가 있다.

저층·중층·상층은 표정이 꽤 다르다. 보통 한 건물이라면 재료와 창의 리듬을 반복해 통일감을 만드는데, 이곳은 차이를 숨기지 않는다. 다른 역할을 맡은 세 덩어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서 있다.

더시스템랩의 프로젝트 설명을 보면 이 차이는 겉모양에서 끝나지 않는다.

저층은 철근콘크리트, 중층은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 상층은 트러스 구조다. 상업·오피스·전시처럼 서로 다른 기능을 각각 다른 구조가 받아낸다.

다르게 생긴 이유는 장식이 아니라 역할에 있었다. 서로 다른 세 몸을 콘크리트라는 하나의 재료감이 묶어준다.


02

브루탈리즘은

거칠어서 강한 게 아니다

재료와 구조를 숨기지 않는 태도에서 힘이 생긴다.

하우스 노웨어를 이야기할 때 ‘브루탈리즘’이라는 단어가 자주 따라온다. 이름은 어렵지만, 공간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오히려 직접적이다.

콘크리트는 콘크리트답게 드러나고, 기둥과 보, 건물의 덩어리가 장식보다 먼저 보인다. 중요한 것은 ‘거칠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엇으로 서 있는지를 굳이 감추지 않는 태도다.

르 코르뷔지에의 유니테 다비타시옹, 보스턴 시청사, 런던의 바비칸 에스테이트, 에르뇌 골드핑거의 트렐릭 타워를 함께 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건물이 자신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숨기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보다 훨씬 큰 스케일로 다가온다.

브루탈리즘을 이해할 때 자주 함께 언급되는 대표 작품들. 하우스 노웨어와 형태가 같다는 뜻이 아니라, 재료와 구조를 드러내는 태도를 비교하기 위한 장면들이다.

하우스 노웨어는 그 언어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는다. 둥근 저층과 투명한 유리, 비현실적으로 큰 상층이 섞인다. 그래서 오래된 콘크리트의 언어가 이상하게 미래의 장면처럼 보인다.


03

김찬중의 건축,

형태 뒤에 시스템이 있다

김찬중 건축가와 더시스템랩의 작업을 몇 개 나란히 보면 형태는 꽤 다르다. 울릉도의 코스모스 리조트는 자연의 흐름을 따라 얇은 곡면 콘크리트를 만들었고, 한남 오피스는 도시에 작은 발코니와 굴곡을 만들어 사람과 거리의 관계를 조절했다.

몇몇 대표작을 나란히 놓고 보면 닮은 모양을 반복한다기보다, 장소와 쓰임에 맞는 구조와 시스템을 찾고 그 결과를 형태까지 밀어붙이는 태도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형태지만, 그 형태를 오래 붙잡고 있는 것은 구조와 사용 방식이다.

하우스 노웨어에서도 같은 방식이 보인다. 세 부분을 하나의 외관 문법으로 억지로 통일하지 않고, 각각 다른 구조를 선택한 다음 콘크리트라는 공통 재료로 묶었다.


04

세 개의 구조, 하나의 얼굴

구조 이름은 어렵지만,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저층의 철근콘크리트는 우리가 가장 익숙한 방식이다. 철근과 콘크리트가 함께 힘을 받는다. 무겁고 안정적인 덩어리를 만들기 좋다.

중층의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는 콘크리트에 미리 압축력을 주어 휘어짐과 균열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면, 긴 스팬과 정교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에 미리 힘을 걸어 두는 것이다.

상층의 트러스는 삼각형 뼈대를 이용해 큰 공간을 버티는 구조다. 기둥을 줄이고 넓은 공간을 만들 때 유리하다.

구조를 알고 다시 보면 외관이 다르게 읽힌다. 아래는 묵직하게 받치고, 가운데는 촘촘하게 반복하며, 위는 크게 떠 있다. 각 부분의 생김새가 구조의 성격과 맞물린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서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하나의 건물로 기억된다.


05

유리 앞에 세운 콘크리트의 그림자

이 건물에서 가장 오래 시선이 머문 곳은 의외로 맨 위의 상자가 아니라 중층부였다.

유리 앞에 콘크리트 프레임이 깊게 튀어나와 있다. 수직선과 수평선이 반복되면서 햇빛이 걸리고, 그 안에 그림자가 생긴다. 이 그림자 때문에 외벽은 납작한 유리 막이 아니라 두께가 있는 피부처럼 보인다.

깊은 외피는 유리 면을 한 번 더 감싸고, 큰 건물의 스케일을 잘게 나눈다. 무엇보다 하루 동안 빛이 움직일 때마다 그림자의 길이가 달라진다. 외관에 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장식보다 ‘반복의 규칙’이다. 같은 프레임이 계속 이어지는데, 빛과 시점이 달라질 때마다 간격과 그림자가 다르게 읽힌다. 반복이 지루함 대신 긴장감을 만든다.


06

낯선 형태 뒤에는

6년의 시간이 있었다

이 낯선 조합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보그가 김한국 대표를 인터뷰한 대목에서 그 배경이 조금 보인다.

김한국 대표는 성수 부지를 약 7년 전에 매입했고, 이후 약 6년 동안 이 건물의 디자인을 다듬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테넷> 속 브루탈리즘을 떠올리면서도, 과거의 양식을 그대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미래적인 방향으로 다시 표현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알고 다시 외관을 보면 콘크리트와 형태의 어긋남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재료는 오래된 건축의 기억을 품고 있는데, 비례와 실루엣은 아직 오지 않은 장면을 향한다.

오래 준비한 건축은 디테일보다 먼저, 선택을 반복한 시간의 밀도가 보인다.


07

천장을 올려다보면,

공간의 진짜 시스템이 보인다

하우스 노웨어를 검색하면 거대한 설치물과 상품 사진이 먼저 나온다. 물론 그 장면들이 이곳의 화제성을 만든다. 다만 공간을 오래 쓰게 만드는 힘은 그보다 덜 눈에 띄는 곳에 있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콘크리트 슬래브가 그대로 드러나고, 검은 레일과 설비가 한 방향으로 정리되어 있다. 원통형 스피커도 숨기지 않았다.

노출 천장은 덜 만든 천장이 아니다.

오히려 구조·조명·설비의 선을 더 정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노출 천장은 감추면 보이지 않을 문제까지 그대로 드러낸다. 배관 높이 하나, 레일의 방향 하나가 어긋나도 금세 어수선해진다. 그래서 잘 정리된 노출 천장은 ‘덜 마감한 공간’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조율이 필요한 공간이다.

그리고 상업공간에서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다. 전시와 상품 구성이 바뀌어도 레일 조명과 설비를 비교적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브랜드가 자주 옷을 갈아입는 곳일수록, 건물의 뼈대는 더 단단해야 한다.


08

다음 전시를 기다리는 건축

오브제는 강하지만 천장과 바닥의 질서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젠틀몬스터의 공간은 오브제가 강하다.

거대한 채소, 로봇, 비현실적인 집기, 붉은 카펫.

작은 매장이라면 서로 싸웠을 장면들이

여기서는 이상하게 한 화면 안에 들어온다.

오브제는 강하지만

천장과 바닥의 질서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음악도 그랬다.

분명 계속 흐르고 있었는데 귀에 먼저 걸리지 않았다.

콘크리트와 노출 천장, 기계적인 오브제 사이에서

음악도 하나의 재료처럼 공간 안에 섞여 있었다.

아티슈 구역.

곡면 벽과 진입 프레임이 브랜드의 장면을 따로 만들면서도

전체 건축과 끊어지지 않는다.

아티슈 구역의 곡면 벽과 진입 프레임도

자기 장면을 만들면서 전체 건축과 끊어지지 않는다.

이 많은 요소가 서로 싸우지 않는 것은

배경이 약해서가 아니라

건축의 질서가 충분히 강하기 때문이다.

구조와 기본 시스템이 단단하면

오브제가 바뀌고, 음악이 달라져도

공간의 중심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좋은 상업공간은 완성된 한 장면보다

다음 장면이 들어올 자리를 오래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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