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CONTE DE TULEAR DOSAN

A GARDEN BETWEEN TIMES

DOSAN

/

2026

처음에는 아름다운 카페를 보러 갔다.

그런데 자리를 옮기고,

방을 지나 다시 정원을 바라보는 동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오래 남는 것은 예쁜 장면의 수가 아니라,

그 장면들을 이어주는

온도인지도 모른다.


01

수국이 먼저 말을 걸었다

도산대로49길에서 꽁티드툴레아를 찾으면

건물보다 먼저 수국을 만나게 된다.

붉은 벽돌 아치는 안쪽 풍경을 한 번 좁혀 보여주고,

그 프레임 안에 나무와 돌바닥, 사람의 움직임을

보통의 파사드는

멀리서 빨리 읽히려 한다.

이곳은 가까이 와서

천천히 들여다보게 한다.

수국과 바디 제품이 같은 테이블에 놓인다.

꽃을 본 기억이 자연스럽게 향으로 이어진다.

간판은 이름을 알려주지만,

정원은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만든다.


02

향초 하나에서, 하루 전체로

꽁티드툴레아의 시작은 카페가 아니었다. 브랜드 공식 기록에 따르면 2013년, 이태원의 낮은 언덕에 문을 연 홈 프래그런스 매장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강주현·김영완 두 창립자는 향을 단지 좋은 냄새로 보지 않았다. 2015년 인터뷰에서 이미 향이 어떤 공간을 떠올리게 하고, 그곳의 기억으로 남는 일에 관해 이야기했다.

향을 만들던 사람들은

향이 머물 하루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높은 청록색 벽과 거친 벽돌 사이에 제품이 놓인다.

향을 고르는 일도 하나의 방을 경험하는 일이 된다.

그래서 F&B는 전혀 다른 사업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음식은 머무는 시간을 만들고, 바디 제품은 향을 피부에 남기며, 가구와 음악은 그 시간을 기억하게 한다.

현재 공식 안내에는 도산과 방콕 매장, 더콘란샵 카페 by 꽁티드툴레아가 함께 올라 있다. 향초 한 병에서 출발한 브랜드가 이제는 사람이 보내는 하루 전체를 다루고 있다.

BRAND NOTE

향을 파는 브랜드에서,

시간을 만드는 브랜드로

상품의 종류는 늘어났지만 중심은 달라지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을 공간과 음식, 사람의 머무름으로 번역하는 일이다.


03

떠난다는 문장이 풍경을 바꾸었다

천막 위의 ‘SEE YOU THERE’가

도산의 끝보다 다음 장소를 먼저 말한다.

외벽에는 가로수길에서 다시 만나자는 문장이 걸려 있었다. 공개된 방문 안내들은 도산점이 2026년 8월 무렵 운영을 마치고 가로수길로 이전할 예정이라고 전한다. 정확한 종료일과 새 매장의 개점일은 공식 채널에서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 문장을 보고 나니

익숙했을 정원도 잠시 빌려 본 풍경처럼 느껴졌다.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바라보면,

평범했던 장면도

마지막 장면이 된다.

아름다운 공간이 자리를 옮기는 일은 아쉽다. 그러나 꽁티드툴레아의 다음 길이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면, 도산에서 쌓인 시간은 새 장소의 첫 재료가 될 수 있다.


04

한 번 들어왔는데,

여러 곳을 다녀온 기분

사진과 현장 스케치를 함께 놓고 평면을 그려보니

이곳의 재미는 장식보다 먼저 동선에 있었다.

거리의 적벽돌 아치는 우측 마당으로 열리고, 바깥 계단은 별도로 전면 테라스에 닿는다. 실내는 마당 안쪽의 계단과 문을 통해 들어간다. 한 입구에서 모두 갈라지는 구조가 아니라, 바깥에서부터 서로 다른 경험이 나란히 시작된다.

마당·전면 테라스·실내가 서로 다른 출입과 높이로 연결된다.

실내 후면에는 주방과 카운터가 하나의 서비스 존으로 붙고, 그 앞에 붉은 카펫 객석이 놓인다. 향·제품 홀과 다이닝 사이에는 짧은 벽돌벽과 얇은 철제 파티션만 두어 다음 공간을 완전히 숨기지 않는다.

이곳에서 구획은

막는 일이 아니라,

다음 장면을

조금 남겨두는 일이었다.

카운터 앞 좌석과 철제 DP가 겹쳐 보인다.

시야는 통과하고 공간의 성격만 바뀐다.

서로 다른 크기의 테이블 사이로

카운터와 테라스를 잇는 이동 폭을 남겼다.

창틀이 사람과 가구, 정원을 각기 다른 칸에 담는다.

한 공간이 여러 장면으로 읽힌다.

도면은 이동 경로를 보여주지만,

좋은 동선은

사람의 기분이 바뀌는

순서까지 만든다.


05

같지 않은데,

오래 함께 있어 보인다

빈티지 의자와 철제 가구, 노출 벽돌과 청록색 벽, 붉은 카펫과 피너츠 캐릭터. 어느 하나 같은 시대의 물건은 아니다.

그런데 이곳의 물건들은 새로 수집해 한꺼번에 연출한 것보다

오래 살면서 하나씩 늘어난 살림처럼 보인다.

공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색은 벽돌·청록·더스티 레드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가구는 형태가 달라도 오래된 나무와 금속, 낮은 광택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작은 물건은 군집으로 모으고 큰 벽과 창 앞은 비워둔다.

특히 붉은 카펫은 서로 다른 가구 아래에 하나의 넓은 색면을 만든다. 눈으로는 가구를 한 장면에 묶고, 귀로는 발걸음과 의자 끄는 소리를 가라앉힌다.

좋은 빈티지는

낡은 물건이

많은 공간이 아니다.

서로 다른 시간들이

싸우지 않는 공간이다.

SPACE FORMULA

정렬하지 않고도 질서를 만드는 법

색의 범위는 좁게, 가구의 표정은 다양하게. 작은 오브제는 모으고, 큰 면은 비운다. 그리고 식물·향·불빛·음악을 여러 구역에서 조금씩 반복한다.


06

보이지 않는 것도 인테리어가 된다

수국은 계절을 보여주고,

양초는 손이 닿는 곳의 온도를 만들며,

바디 제품은 공간에서 맡은 향을 피부에 남긴다.

마당의 오래된 세면대가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낡은 오브제로 끝날 수 있었던 물건이 손을 씻고 제품을 경험하는 순간, 장식과 기능이 하나가 된다.

음악도 같은 방식으로 공간에 스며들었다. 현장의 스피커는 소리는 악기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갈라지기보다 비트와 낮은 음의 무게가 먼저 남았다. 열린 마당에서는 고음이 식물과 천막, 사람 사이로 흩어지고 대화 소음에 가려지기 쉽다. 반면 저음의 박자는 넓은 공간을 느슨하게 묶는다.

소리가 공간을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머무는

속도는 정해주고 있었다.

좋은 배경음은

자신을 들으라고 요구하지 않으면서

공간의 표정을 바꾸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07

사진을 찍으러 왔다가,

장면을 가져간다

꽁티드툴레아에는 늘 대기가 있고

방문 당시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여러 자리에서 사진을 남기고 있었다.

이곳이 여행자의 기억에 남는 이유를 ‘사진이 예뻐서’라고만 말하면 조금 아쉽다. 벽돌 아치와 수국, 붉은 카펫과 오래된 창, 브런치와 캐릭터는 긴 설명 없이도 이해되는 장면이다. 동시에 주택을 고친 듯한 불규칙한 높이와 골목 안쪽의 정원은 다른 도시에서 그대로 복제하기 어렵다.

한 번 방문해도 아치, 마당, 제품 홀, 다이닝, 테라스가 차례로 다른 배경이 된다. 사진 속 장소는 계속 바뀌지만 그 안의 색과 향, 오래된 온도는 이어진다.

음식만 찍히지 않는다.

정원과 사람, 테이블웨어가 함께 한 장의 여행 기록이 된다.

이곳은 한국적인 장식을

크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골목과 이 집에서만

가능한 서울의 장면이 남는다.

사진을 찍으러 들어와도,

사진에는 다 담기지 않는

온도를 가져간다.


08

새 공간에 옮겨야 할 것은

가구보다 시간

KAIROS SPACE PROPOSAL · ONE IDEA

도산의 수국이

가로수길에서 다시 피어난다면

새 공간에 도산점의 가구와 마감을 그대로 복제하기보다, 지금 정원의 수국 일부를 삽목해 옮겨 심는 것을 제안한다. 작은 표식에는 ‘도산에서 시작해 가로수길에서 다시 피다’라는 문장과 두 장소의 연도만 남긴다.

가구는 다시 만들 수 있지만 한 장소에서 여러 계절을 보낸 시간은 새것으로 살 수 없다. 향이 기억을 옮기는 브랜드라면, 식물은 장소의 시간을 옮길 수 있다.

처음에는 아름다운 카페라고 생각했다.

나올 때는,

한 장소가 오래 아름다워지는

방법을 보고 있었다.

가구는 낡고,

수국은 피었다 지고,

음악은 계속 바뀐다.

그런데 서로 다른 것들을

다정하게 엮는 태도는 남는다.

도산의 이 계절이

가로수길의

첫 장면으로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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