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CAFÉ DE WOOYOUNGMI TO LEEUM

Walking the Invisible Senses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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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보이지 않는 감각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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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드 우영미에서 리움까지

10월 17일, 일행과 함께

우영미 카페와 리움을 둘러보고

남산 길을 걸어 신흥시장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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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천장과 금빛 조각도 기억에 남지만,

돌아와 자꾸 생각난 것은

지나칠 뻔했던 작은 나무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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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았는지보다

무엇을 지나치지 않았는지가

오래 남는 날이 있다.


벽에 달린 작은 단추들

스위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토커 리 아르키테티가 설계한 우영미.

높은 천장 아래, 벽에 모인 작은 원들이

남성복 소매의 단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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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용으로 보이는 구멍까지

브랜드의 표정이 되는 듯했다.

벽의 위아래를 비운 자리로는

서로 다른 층의 사람이 함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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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한 층에 있는데,

눈은 벌써 다음 층에 가 있었다.


낮의 벽에서 밤을 상상하다

낮에는 바깥이 더 보였으면 싶었다.

그러다 디제잉 장비와 붉은 커튼을 보고

밤의 모습을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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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블록에 실내의 빛이 번지고,

커튼이 사람들 뒤로 깊은 배경이 되면

닫혀 보이던 벽도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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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라는 자리까지 생각하니,

이곳은 전망만큼 안에 있는 사람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듯했다.

옥상에 올라서야 하늘이 시원하게 열렸다.


연약한 것이 붙잡고 있는 무게

리움에서 본 구정아의 강세 S 앞에서

일행과 가장 오래 이야기를 나눴다.

발뒤꿈치와 머리카락이 몸을 받치고 있었다.

가장 가늘어 보이는 곳에 눈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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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귀여운 것이 강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귀여운 것을 보면 마음이 풀리고,

조금 더 너그러워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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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마 겐고의 약한 건축도 생각났다.

얇은 커튼으로 경계를 만드는 그의 작업처럼,

부드러운 것도 사람을 감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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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조각을 다시 보았다.

혼자였다면 끝났을 감상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따라 길어졌다.


사진 밖으로 자라는 나무

작은 나무 사진 하나를 지나쳤다가

몇 걸음 뒤로 돌아갔다.

줄기에서 가지가 갈라지는 부분만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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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부분만 보여주었을까.

위로 이어질 가지와 잎,

땅속에 퍼져 있을 뿌리를 상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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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다시 잔가지로 나뉘는 모습에서

작은 갈래가 반복되는 프랙탈을 떠올렸다.

사진 밖으로 이어질 나무는

보는 사람에게 맡겨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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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밖으로 나무가 자라는 동안,

나는 그 앞에 조금 더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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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선을 지키는 데도

의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다고 넘기지 않고,

잘 모르겠다고 지나치지 않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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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낯선 문장으로 돌아가 읽고,

러닝에서 내 호흡을 살피며 조금 더 달리듯,

보는 일에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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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게 필요했던 것은

대단한 지식보다 되돌아갈 몇 걸음이었다.


전시장 밖에서도 이어진 이야기

남포한남에서 저녁을 먹으며

전시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사이,

식사 시간도 즐겁게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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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저녁은 띠어리님이 대접해 주셨다.

함께한 시간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신

마음에 감사드린다.

남산 길을 걷고 신흥시장에서

와인 한 잔으로 하루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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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전시를 보면 내 기억에도

처음에는 없던 장면이 생긴다.

혼자라면 지나쳤을 곳에

다른 사람의 말이 나를 잠깐 붙잡아준다.

와인잔을 든 사진에는 여러 손이 모여 있다.

사진으로는 들리지 않지만,

그 사이에는 우리가 나눈 말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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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나무는

그날 저녁까지 가지를 뻗고 있었다.


리큐르숍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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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큐르 숍 가지는 구정아 전시에서 본

작은 나무 사진에서 시작했다.

줄기에서 가지가 갈라지던 모습을

입구와 천장을 잇는 목재 구조로 옮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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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큐르숍을 떠올린 것은

그날 와인 한 잔을 두고 나눈 대화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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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을 고르는 일도 서로의 취향을

알아가는 시작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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