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RNAL

AUDEUM

ARCHITECTURE OF LISTENING

SEOCHO

/

2026

오디움 Audeum

구마 겐고는 왜 ‘소리’를

2만 개의 선으로 지었을까

오디움 Audeum. 수직 알루미늄 파이프가

건물의 덩어리를 잘게 풀어낸다.

예약에 성공한 뒤에야 갈 수 있는 박물관 앞에 섰다. 멀리서는 거대한 은빛 덩어리처럼 보였는데, 가까워질수록 건물이 사라졌다.

벽이라고 생각했던 면은 수많은 가느다란 파이프로 풀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하늘이 들어왔다. 바람도 들어왔다. 빛은 파이프의 간격만큼 잘게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오디오 박물관인데, 내가 가장 먼저 궁금해진 것은 스피커가 아니었다.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건축은 무엇을 해야 할까.

오디움에서 가장 먼저 들은 것은 스피커가 아니라, 건축이 소리를 위해 비워둔 자리였다.

입구 캐노피 아래. 파이프가 천장에서 비처럼 내려오며

도시와 전시 사이의 문턱을 만든다.


목차

01 한 사람의 취향이 건물이 되기까지

02 건물을 세우기보다 ‘선’으로 풀어버리다

03 자연은 나무가 아니라 빛의 방식이었다

04 입구는 아래로, 감각은 안쪽으로

05 어둠이 물건을 오래 보게 한다

06 이동 통로가 가장 좋은 장면이 되는 순간

07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전시

08 하얀 방에서 오히려 소리가 보였다

09 단 3만 명이라는 말 뒤에 남은 것


SPACE FACTS

운영

서전문화재단

건축

Kengo Kuma & Associates

VI·사인

Hara Design Institute / Kenya Hara

준공

2024년 5월

규모

11,009㎡ · 5F / 5BF (건축가 공식 자료)

전시

《정음: 소리의 여정》

관람

사전 예약 · 도슨트 투어 중심 · 무료

건축가 | 구마 겐고 Kengo Kuma

1954년생. 1990년 Kengo Kuma & Associates를 설립했다. 자연·기술·인간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탐구하며, 『점·선·면』, 『자연스러운 건축』, 『작은 건축』, 『의성어 의태어 건축』 등에서 거대한 덩어리보다 입자·선·재료·몸의 감각을 통해 건축을 다시 생각해왔다.


01

한 사람의 취향이

건물이 되기까지

디움은 서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오디오 전문 박물관이다. 고 정상영 KCC 창업주의 유산과 정몽진 KCC 회장이 출연한 사재가 건립의 바탕이 됐고, 정몽진 회장이 오랜 시간 수집해온 빈티지 오디오 컬렉션이 이곳의 중심을 이룬다.

1877년 유성기 이후 약 150년에 이르는 오디오의 변화를 수집하고, 복원하고, 실제 소리로 다시 들려주는 곳.

이 배경을 알고 나면 오디움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수집은 보통 개인의 방 안에서 끝난다. 좋아하는 것을 더 깊게 모을수록 오히려 타인에게는 닫히기 쉽다.

그런데 여기서는 반대가 일어났다. 한 사람의 오래된 취향이 건축이 되고, 도슨트가 되고, 낯선 사람들이 함께 듣는 시간이 됐다.

수집은 소유의 끝이 아니라

공개의 시작이 될 수도 있었다.

2026.08.13 《정음: 소리의 여정》 티켓.

1인 1매, 예약 시간 내 입장, 재입장 불가 안내가 적혀 있다.


02

건물을 세우기보다

‘선’으로 풀어버리다

오디움 외관을 감싸는 것은 약 2만 개의 알루미늄 파이프다. 구마 겐고 건축도시설계사무소는 이 파이프를 일정하게 정렬하지 않았다. 길이와 간격을 조금씩 흔들어, 숲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처럼 시간과 날씨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도록 했다.

여기서 그의 책 『점·선·면』이 떠오른다.

구마 겐고가 반복해서 경계해온 것은 크고 단단한 하나의 ‘덩어리’다. 점을 흩뜨리고, 선을 겹치고, 면을 잘게 나누면 건축의 경계는 조금 느슨해진다.

오디움은 그 생각이 가장 직접적으로 보이는 건물 중 하나다.

건물은 분명 크다. 그런데 눈은 한 번에 전체를 붙잡지 못한다. 수직선 하나, 그 옆의 빈틈, 파이프 끝의 그림자, 그 사이로 잘린 하늘을 따라 계속 움직인다.

멀리서는 큰 매스, 가까이서는 수천 개의 선.

파사드는 보는 거리에 따라 다른 스케일로 읽힌다.

큰 건물을 작게 만드는 방법은

크기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덩어리를 없애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지점에서는 『작은 건축』도 겹쳐 보인다. ‘작다’는 말을 면적의 숫자로만 읽지 않는다면, 거대한 하나의 권위 대신 수많은 작은 단위가 관계를 만드는 방식이 오디움의 파사드에 그대로 남아 있다.


03

자연은 나무가 아니라

빛의 방식이었다

조금 의외였다.

이 건물을 멀리서 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재료는 알루미늄이다. 차갑고, 공업적이고, 자연과 가장 멀어 보이는 재료다.

그런데 구마 겐고의 공식 설명은 이 파이프를 ‘숲의 빛’과 연결한다.

『자연스러운 건축』을 ‘자연 재료를 많이 쓰는 건축’이라고만 이해하면 이 장면은 모순이다. 하지만 그가 반복해온 관심은 재료의 출신보다 재료가 장소와 사람, 빛과 바람 사이에서 어떤 관계를 만드는가에 가깝다.

오디움의 알루미늄은 나무를 흉내 내지 않는다. 대신 숲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가져온다.

빛이 한 번에 들어오지 않고 잘게 쪼개지는 것. 바람이 틈을 지나가는 것. 걷는 위치에 따라 밀도가 달라지는 것.

인공적인 재료로 자연의 ‘모양’이 아니라 자연의 ‘작동 방식’을 만든다.

유리, 계단, 반사면 사이로 파이프와 하늘이 겹친다.

한 재료가 풍경을 고정하지 않고 계속 바꾼다.

로비에서 올려다본 파이프.

외부 파사드의 선이 내부까지 이어지며 빛을 잘게 나눈다.

그의 『의성어 의태어 건축』 방식으로 굳이 소리를 붙여본다면 이 파사드는 ‘쾅’ 하고 서 있는 건물이 아니다.

주룩주룩.

사락사락.

촘촘하다가

문득 숭숭 비어 있는 쪽에 가깝다.

구마 겐고가 오디움에 실제로 이런 의태어를 붙였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가 재료의 질감, 빛과 바람의 움직임을 논리보다 몸의 감각에 가까운 언어로 설계해왔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사진 속 파이프는 장식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하고 있다.


04

입구는 아래로,

감각은 안쪽으로

건물의 정면에서 바로 전시장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고, 거울처럼 주변을 겹쳐 비추는 유리 사이를 지나, 도시의 밝은 빛에서 조금씩 떨어져 나온다.

이 동선이 좋았다.

뮤지엄에 들어가는 일이 문 하나를 여는 행위가 아니라 감각의 밝기를 낮추는 시간이 된다.

높은 로비. 차가운 파이프와 따뜻한 목재가 한 공간에서 맞닿는다.

로비에서는 바깥의 알루미늄 파이프가 안쪽까지 밀려 들어오고, 그 반대편에는 따뜻한 나무 벽이 길게 선다.

구마 겐고 사무소는 이 내부 목재 디테일을 ‘wood drape’라고 설명한다.

바깥의 단단한 알루미늄에서 안쪽의 부드러운 나무로 재료의 감각을 단계적으로 바꾸고, 목재 마감 자체도 음향을 고려해 설계했다.

나는 이 전환이 오디움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밖에서는 빛을 잘게 나누고, 안에서는 소리를 부드럽게 받는다.

그리고 아주 작은 곳에서 이 건물의 집요함이 한 번 더 보였다.

화장실 세면대였다.

세면대까지 반복되는 금속 파이프.

파사드의 선형 언어가 기능 공간의 디테일까지 내려온다.

상판을 하나의 판으로 만들지 않고 가느다란 금속 파이프를 나란히 놓았다.

물이 닿는 기능적 장소까지 외벽의 선형 언어가 따라 들어왔다.

이런 디테일은 사진 한 장으로는 사소해 보이지만, 공간을 만드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오래 남는다.

좋은 콘셉트는 로비에서만 멋있지 않다. 사람들이 별로 사진 찍지 않는 곳까지 같은 문법을 유지한다.


05

어둠이 물건을

오래 보게 한다

전시실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벽은 검고, 빛은 필요한 기기 위에만 떨어진다. 목재로 만든 오래된 스피커의 색이 어둠 속에서 유난히 깊어진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음예예찬』은 사물 자체보다 사물 사이에 생기는 빛과 어둠의 관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오디움의 검은 전시실도 비슷했다.

밝게 다 보여주지 않으니 눈은 오히려 천천히 움직인다. 나무의 결, 천의 마모, 금속 표면의 시간 같은 것이 뒤늦게 들어온다.

검은 벽 속에 목재 오디오가 떠 있는 듯 보인다.

빛은 장비 전체보다 표면의 시간과 재료를 먼저 드러낸다.

전시실의 검정은 존재감을

과시하는 색이라기보다

배경이 스스로 사라지기 위한

색에 가깝다.

오디오 설명을 모두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게는 몇 장면이면 충분했다.

Lansing Manufacturing Company ‘Iconic’

1937년 Lansing Manufacturing Company의 ‘Iconic’. 제임스 B. 랜싱이 설계한 이 시스템은 극장 중심이던 고성능 음향 기술이 더 작은 공간과 가정으로 이동하던 변화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뒤에 만나는 거대한 극장용 스피커와 혼.

사람보다 큰 장치 앞에 서면 우리가 지금 책상 위에 올려놓는 작은 스피커가 얼마나 오랜 압축의 결과인지 몸으로 이해하게 된다.

이곳에서는 오디오의 역사가 연도표보다 ‘크기’로 먼저 기억된다.

극장용 대형 시스템.

기기의 크기가 곧 과거 음향 기술의 공간 규모를 보여준다.


06

이동 통로가

가장 좋은 장면이 되는 순간

전시실 사이를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나는 오히려 가장 오래 사진을 찍었다.

한쪽은 길게 접힌 나무 벽. 다른 한쪽은 유리와 알루미늄 파이프. 그 사이로 햇빛이 바닥에 긴 줄을 만든다.

보통 이동 통로는 빨리 지나가게 만드는 곳이다. 오디움에서는 이동하면서 외부의 건축과 내부의 전시가 한 프레임에 겹친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다본 긴 틈.

목재 벽, 유리, 루버의 그림자, 전시 오브제가 한 방향으로 흐른다.

하라 겐야의 『저공비행』은 멀리서 지역을 개념으로 바라보기보다 직접 걷고, 높은 해상도로 풍토와 자원을 다시 발견하는 태도에 가깝다.

오디움도 멀리서만 보면 ‘멋진 파사드’로 끝난다.

조금 낮게 날아보면 달라진다.

파이프 끝의 원. 세면대의 반복. 목재 벽이 꺾이는 각도. 에스컬레이터에서 몇 초마다 바뀌는 빛. 유리 안과 밖에서 같은 선이 서로 겹쳐지는 순간.

건축을 이해하는 데는 전경보다 가까운 장면이 더 많은 것을 말할 때가 있다.


07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전시

《정음: 소리의 여정》의 흐름도 흥미롭다.

관람은 1950~60년대의 가정용 하이파이에서 시작해 1930~40년대 극장용 음향, 1920년대 웨스턴 일렉트릭 시스템, 그리고 더 오래된 축음기와 뮤직박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신에서 과거로.

기술의 발전을 앞으로 달려가는 직선으로 설명하는 대신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소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거꾸로 찾아간다.

대형 극장용 음향 시스템을 마주 보는 청음 장면.

장비의 역사를 ‘보는 전시’와 실제로 ‘듣는 시간’이 교차한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상층부에는

오래된 뮤직박스와 기계식 음향 장치가 이어진다.

아래층의 밝은 공간에 도착하면 거대한 목제 오르골과 축음기, 피아노와 기계식 음악 장치들이 창가에 놓여 있다.

여기서는 ‘음향기기’라는 말보다 ‘소리를 만들던 기계의 몸’이라는 표현이 더 잘 맞았다.

뚜껑을 열고, 원판을 넣고, 태엽을 감고, 바늘을 올리던 시대.

지금은 손가락 한 번이면 재생되는 음악 앞에 얼마나 많은 물성과 움직임이 사라졌는지 보인다.

도슨트가 기계식 음향 장치를 설명하는 장면.

오래된 장치 뒤로 오늘의 도시가 그대로 보인다.

도슨트가 오래된 음반을 손에 들고 설명하는 동안 창밖의 나무와 도로가 함께 보였다.

100년 전의 소리를 설명하는 장면 뒤로 오늘의 도시가 지나갔다.

그 겹침이 좋았다.


08

하얀 방에서

오히려 소리가 보였다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오디움은 다시 한 번 색을 뒤집는다.

검은 전시실을 지나 지하 2층 라운지에 들어서면 공간이 거의 흰색으로 바뀐다.

천장에서 내려온 패브릭이 기둥을 만들고, 기둥은 위로 갈수록 나뭇가지처럼 퍼져 천장 전체를 얇은 막으로 연결한다.

개관 자료는 이 라운지에 청음을 고려한 패브릭 자재를 적용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이 장면은 조형과 성능이 따로 놀지 않는다. 부드러워 보이는 것이 실제로 소리를 다루는 일과 연결돼 있다.

B2 라운지. 흰 패브릭 구조가 기둥에서 천장으로 퍼지며

청음 공간 전체를 하나의 부드러운 막으로 만든다.

패브릭 기둥의 디테일. 반복된 주름은 구조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빛을 확산하고 표면의 깊이를 만든다.

여기서 하라 겐야의 『백』이 떠올랐다.

그가 말하는 흰색은 ‘아무것도 없는 색’이라기보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에 가깝다.

오디움의 흰 방도 그렇다.

하얀 의자는 군대처럼 줄 세우지 않았다. 사이사이에 큰 빈자리를 남겼다. 거대한 웨스턴 일렉트릭 시스템 앞에도 물건을 더 채워 넣기보다 소리가 이동할 공간을 남겨둔다.

웨스턴 일렉트릭 미러포닉 M1, 1936유성영화 시대 극장 음향의 정점으로 꼽히는 초대형 시스템. 현재 오디움의 M1은 완전한 시스템으로 실제 음악을 재생해 들을 수 있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사실상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마자키 세이타로의 『여백 사고』가 말하는 ‘비우는 여백에서 만드는 여백으로’라는 표현을 이 장면에 가져와 볼 수 있다.

여백은 남은 면적이 아니다.

무언가가 들어올 수 있도록

미리 만들어둔 용량이다.

이 방에서는 그 무언가가

‘소리’였다.

조금 더 재미있는 연결도 있다.

『여백 사고』의 저자 야마자키 세이타로는 2018년, 다니자키의 『음예예찬』을 모티프로 미노 화지와 빛, 소리, 향을 이용한 동명의 설치작업을 만들었다. 하라 겐야의 『백』 역시 다니자키의 미학을 하나의 중요한 참조점으로 삼는다.

서로 다른 세 사람의 생각이 오디움에서 이상하게 한 장면으로 겹쳤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보이고, 비어 있어야 소리가 들어오며, 흰색은 모든 것을 지우는 색이 아니라 다음 감각을 기다리는 바탕이 된다.

라운지의 LP 음반·CD 아카이브.

흰 선반은 수집품을 지우지 않고 배경으로 물러난다.

하라 겐야는 실제로 오디움의 네이밍과 VI, 사인 디자인을 맡았다. 이 프로젝트의 문장은 ‘Form Follows Sound’.

화면에서는 소리에 따라 심벌의 형태가 변하고, 공간의 사인에서는 건축과 전시에 맞춰 형태가 달라진다.

『디자인의 디자인』에서 그가 디자인을 사물을 보기 좋게 만드는 좁은 기술보다 더 넓은 관계의 문제로 다뤘던 것처럼, 오디움의 그래픽은 건물 위에 붙인 로고가 아니라 소리가 형태로 옮겨가는 또 하나의 번역처럼 보인다.

Western Electric Mirrophonic M1
Western Electric Mirrophonic M1 · 영상 보기

09

단 3만 명이라는

말 뒤에 남은 것

이곳은 예약부터 쉽지 않다.

2026년 여름 공식 안내를 보면 특정 화요일 오후에 이후 2주분 목·금·토 회차를 열고, 회차별 도슨트 투어로 운영한다. 현장 방문은 받지 않고, 한 사람에게 한 장의 QR 티켓이 필요하다.

사진 속 티켓에는 ‘예약 시간 15분 이내 입장’, ‘재입장 불가’라는 안내도 적혀 있다.

예약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좋은 공간의 조건은 아니다.

다만 하루에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를 제한하고, 자유 관람 대신 도슨트와 함께 같은 순서로 이동하게 하며, 오래된 기기를 실제 소리로 들려주기 위해 시간을 지키는 운영은 이 박물관의 밀도를 만드는 중요한 부분이다.

건물 옆 정원의 검은 조형물. 강한 형태를 두었지만

주변의 대나무와 잔디가 여백을 만든다.

이날 마지막 공간에서 도슨트는 2025년 개관 이후 지금까지 관람한 사람이 약 3만 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관계자의 가족 중에도 아직 예약을 못해 한 번도 들어오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을 듣고 나니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티켓이 조금 무거워졌다.

세상에 유명한 미술관은 많고 한 해에 수백만 명이 지나가는 공간도 많다.

여기는 반대다.

두 시간 가까이 같은 사람들과 걸으며, 한 세기의 기계를 보고, 거대한 혼 앞에 앉아 오래된 소리를 함께 듣는다.

‘많이 본 곳’이 아니라 ‘아직 많이 보지 못한 곳’을 경험했다는 감각.

그 희소함은 자랑거리라기보다 조금 더 집중해서 봐야 할 이유처럼 느껴졌다.

밖으로

처음에는 외관을 꾸민 파이프로 보였던 수많은 선이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바람이 그 사이를 지나고, 구름이 움직일 때마다 밝기가 달라졌다.

좋은 소리를 들으러 들어갔다가 나는 빛이 움직이는 속도를 더 오래 보고 나왔다.

오디움의 마지막 소리는

스피커가 멈춘 뒤에도

한동안 건물 밖에 남아 있었다.

KAIROS DESIGN —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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